🌿 식물을 돌보다가 내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배웠다
초록생활연구소, 정재경, 식물 웰니스, 라이프 리디자인, 플랜테리어, 기업 웰니스 강의, 번아웃 회복, 멘탈 헬스, 반려식물, 성남 힐링 코칭
식물은 움직임이 없다. 그저 오도카니 서 있으니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 자꾸 헛갈린다. 식물 200개와 살던 어느 날, 화단 옆을 지나는데 어디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 지금 목말라. 물 좀 줘. 잎에 벌레가 있어서 너무 가려워. 어떻게 좀 해 봐. 햇빛을 더 마시고 싶은데 자리를 좀 옮겨 줄래. 미팅이 있어 못 들은 척하고 지나가려는데 축 늘어진 시든 잎이 눈길을 잡아당긴다. 아이참. 가방을 내려놓고 물뿌리개를 든다.
분초를 다투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물뿌리개에 물을 받고, 식물에 주는 행위는 답답하다. 요즘 사람들이 일 쳐내는 속도를 생각하면 화분에 물을 주는 행위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은 비생산적이라는 말도 미안할 만큼 죄책감이 생긴다. 바쁜 일상에 식물 치다꺼리를 하다 보면 키우지 말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물뿌리개를 개수대에 올리고 수도꼭지를 들어 올린다. 솨아. 물뿌리개 안에 수돗물이 찰랑이며 하얀 거품을 품은 물의 수위가 높아진다. 물통 안에 조명이 비치며 윤슬이 생긴다. 어느새 물이 가득 찬 물뿌리개로 화분 흙 가장자리를 돌려 가며 드립 커피 내리듯 물을 준다. 쏴르르. 흙 사이로 물 스며드는 소리가 모래사장에 썰물이 빠지는 소리처럼 들리더니 곧 화분대 바깥으로 물이 똑똑 떨어지며 동굴에서 들리는 소리 같다.
식물을 돌보다 보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과 급한 마음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축 늘어져 있던 스파티필룸이 꼴깍꼴깍 물을 마신 다음 꼿꼿하게 일어나는 걸 보면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고, 식물 잎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슬방울을 보면 숲속에 들어온 듯 상쾌했다. 식물에 물을 주는 동안 숲으로, 바닷가로, 동굴까지 오간다.
인간에겐 '바이오필리아'라고 불리는 생명 사랑의 본능이 있다. 생명이 있는 것을 가까이할 때 에너지를 얻는다. 벵갈 고무나무의 작고 여린 연두 새 잎을 만났을 때, 어떻게든 새 잎을 틔워내는 모습이 큰 위로가 되었다. 지금 이 나이에 이런 거 해서 뭐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풀이 죽을 때도 작은 새 잎을 생각하면 그래도 하는 게 낫지.라고 마음이 달라졌다.
🌱 식물처럼 나를 돌보는 방법
식물을 돌보는 건 나를 돌보는 것과 닮았다. 식물이 싱싱해질수록 말라붙은 내 마음에도 물이 올랐다. 나도 식물처럼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일도 점점 많아졌다.
식물은 그저 물만 주어도 생명을 유지하며 성장한다. 식물의 좋은 점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식물, 운동,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뻔한 이야기를 전혀 새롭게 써 읽는 사람의 마음으로 직진하며, 머릿속에 오래 남는 글을 우린 좋은 글이라 말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식물을 돌보는 동안 머릿속에선 아이디어들이 비눗방울처럼 퐁퐁 솟아올랐다. 문제는 정말 비눗방울 같아서 톡 터져버리면 다시는 떠오르지 않았다. 무언가 생각이 떠오를 땐 스마트폰을 꺼내 에버노트에 적었다. 생각이 날 때마다 바로바로 적어둔 아이디어는 나만의 보물창고가 되었다.
글을 쓰며 가장 어려운 것은 매번 한심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내 안의 검열관이 계속 검사를 한다. 이런 묘사가 괜찮나? 이런 기승전결은 쓸 만 한가? 이런 글을 쓰며 작가라고 해? 끊임없이 손가락질한다. 글만 그런가. 일을 할 때도 그렇다. 너는 3년 차가 되어 그것밖에 못 하냐. 후배가 더 잘 했잖아. 내 안의 검열관은 서리 낀 유리창처럼 차갑다.
반려 식물은 쪼그라든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 도르르 말린 연둣빛 잎을 하나 올리며 무심한 듯 “힘내.”라고 말할 뿐이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순식간에 마음을 따뜻한 에너지로 채운다. 내가 식물을 돌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식물이 나를 돌보는 것이다.
매일매일 아침마다 글을 쓴 지 7년이 다 되어 간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다. 검열관이 “글이 후진데?”라고 말할 땐 “당연하지.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잖아? 어제 쓴 글을 오늘 보면 당연히 형편없지. 어제 쓴 글이 멋져 보이면 그게 더 문제 거아닐까? 그 말이야말로 실력이 하나도 안 자란 거잖아.”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우린 지금 현재 수준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바람직하게 ‘잘’ 노력하고 있다면 지금의 실력과 내일의 실력은 다를 것이다. 내가 나를 돌본다는 것은 과정에서 드러난다. 돌보며 노력할 때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
🌱 식물 돌보듯 나를 돌보는 방법 | 추천 식물
1. 식물 | 금전수
물뿌리개로 식물에 물을 줄 때 물의 빛, 소리,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관찰한다. 식물을 돌보는 것은 감각을 통해 현재에 집중하게 돕는다. 과거의 상처로부터 미래의 걱정으로부터 자유롭게 돕는다.

2. 추천 식물 | 벤저민 고무나무
지저분하게 자란 가지를 이발하듯 잘라준다. 잘라낸 가지는 물병에 꽂아두면 뿌리가 날 때도 있다. 가지의 20% 정도 정리해도 식물 생명엔 큰 문제 없다.

3. 추천 식물 | 수박 페페
식물이 틔워내는 새 잎을 바라본다. 생명엔 힘이 있다. 작고 여린 생명이 안간힘을 쓰며 틔워 내는 새 잎을 보면 나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이 샘솟는다.

이 글은 정재경 작가가 식물인문학을 주제로, 대한제당 사보(2024년 봄호) 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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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을 돌보다가 내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배웠다
식물은 움직임이 없다. 그저 오도카니 서 있으니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 자꾸 헛갈린다. 식물 200개와 살던 어느 날, 화단 옆을 지나는데 어디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 지금 목말라. 물 좀 줘. 잎에 벌레가 있어서 너무 가려워. 어떻게 좀 해 봐. 햇빛을 더 마시고 싶은데 자리를 좀 옮겨 줄래. 미팅이 있어 못 들은 척하고 지나가려는데 축 늘어진 시든 잎이 눈길을 잡아당긴다. 아이참. 가방을 내려놓고 물뿌리개를 든다.
분초를 다투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물뿌리개에 물을 받고, 식물에 주는 행위는 답답하다. 요즘 사람들이 일 쳐내는 속도를 생각하면 화분에 물을 주는 행위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은 비생산적이라는 말도 미안할 만큼 죄책감이 생긴다. 바쁜 일상에 식물 치다꺼리를 하다 보면 키우지 말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물뿌리개를 개수대에 올리고 수도꼭지를 들어 올린다. 솨아. 물뿌리개 안에 수돗물이 찰랑이며 하얀 거품을 품은 물의 수위가 높아진다. 물통 안에 조명이 비치며 윤슬이 생긴다. 어느새 물이 가득 찬 물뿌리개로 화분 흙 가장자리를 돌려 가며 드립 커피 내리듯 물을 준다. 쏴르르. 흙 사이로 물 스며드는 소리가 모래사장에 썰물이 빠지는 소리처럼 들리더니 곧 화분대 바깥으로 물이 똑똑 떨어지며 동굴에서 들리는 소리 같다.
식물을 돌보다 보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과 급한 마음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축 늘어져 있던 스파티필룸이 꼴깍꼴깍 물을 마신 다음 꼿꼿하게 일어나는 걸 보면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고, 식물 잎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슬방울을 보면 숲속에 들어온 듯 상쾌했다. 식물에 물을 주는 동안 숲으로, 바닷가로, 동굴까지 오간다.
인간에겐 '바이오필리아'라고 불리는 생명 사랑의 본능이 있다. 생명이 있는 것을 가까이할 때 에너지를 얻는다. 벵갈 고무나무의 작고 여린 연두 새 잎을 만났을 때, 어떻게든 새 잎을 틔워내는 모습이 큰 위로가 되었다. 지금 이 나이에 이런 거 해서 뭐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풀이 죽을 때도 작은 새 잎을 생각하면 그래도 하는 게 낫지.라고 마음이 달라졌다.
🌱 식물처럼 나를 돌보는 방법
식물을 돌보는 건 나를 돌보는 것과 닮았다. 식물이 싱싱해질수록 말라붙은 내 마음에도 물이 올랐다. 나도 식물처럼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일도 점점 많아졌다.
식물은 그저 물만 주어도 생명을 유지하며 성장한다. 식물의 좋은 점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식물, 운동,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뻔한 이야기를 전혀 새롭게 써 읽는 사람의 마음으로 직진하며, 머릿속에 오래 남는 글을 우린 좋은 글이라 말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식물을 돌보는 동안 머릿속에선 아이디어들이 비눗방울처럼 퐁퐁 솟아올랐다. 문제는 정말 비눗방울 같아서 톡 터져버리면 다시는 떠오르지 않았다. 무언가 생각이 떠오를 땐 스마트폰을 꺼내 에버노트에 적었다. 생각이 날 때마다 바로바로 적어둔 아이디어는 나만의 보물창고가 되었다.
글을 쓰며 가장 어려운 것은 매번 한심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내 안의 검열관이 계속 검사를 한다. 이런 묘사가 괜찮나? 이런 기승전결은 쓸 만 한가? 이런 글을 쓰며 작가라고 해? 끊임없이 손가락질한다. 글만 그런가. 일을 할 때도 그렇다. 너는 3년 차가 되어 그것밖에 못 하냐. 후배가 더 잘 했잖아. 내 안의 검열관은 서리 낀 유리창처럼 차갑다.
반려 식물은 쪼그라든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 도르르 말린 연둣빛 잎을 하나 올리며 무심한 듯 “힘내.”라고 말할 뿐이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순식간에 마음을 따뜻한 에너지로 채운다. 내가 식물을 돌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식물이 나를 돌보는 것이다.
매일매일 아침마다 글을 쓴 지 7년이 다 되어 간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다. 검열관이 “글이 후진데?”라고 말할 땐 “당연하지.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잖아? 어제 쓴 글을 오늘 보면 당연히 형편없지. 어제 쓴 글이 멋져 보이면 그게 더 문제 거아닐까? 그 말이야말로 실력이 하나도 안 자란 거잖아.”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우린 지금 현재 수준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바람직하게 ‘잘’ 노력하고 있다면 지금의 실력과 내일의 실력은 다를 것이다. 내가 나를 돌본다는 것은 과정에서 드러난다. 돌보며 노력할 때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
🌱 식물 돌보듯 나를 돌보는 방법 | 추천 식물
1. 식물 | 금전수
물뿌리개로 식물에 물을 줄 때 물의 빛, 소리,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관찰한다. 식물을 돌보는 것은 감각을 통해 현재에 집중하게 돕는다. 과거의 상처로부터 미래의 걱정으로부터 자유롭게 돕는다.
2. 추천 식물 | 벤저민 고무나무
지저분하게 자란 가지를 이발하듯 잘라준다. 잘라낸 가지는 물병에 꽂아두면 뿌리가 날 때도 있다. 가지의 20% 정도 정리해도 식물 생명엔 큰 문제 없다.
3. 추천 식물 | 수박 페페
식물이 틔워내는 새 잎을 바라본다. 생명엔 힘이 있다. 작고 여린 생명이 안간힘을 쓰며 틔워 내는 새 잎을 보면 나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이 샘솟는다.
이 글은 정재경 작가가 식물인문학을 주제로, 대한제당 사보(2024년 봄호) 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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